지겨운 새벽 기상
내가 아니어도 되는 업무
약간 시큼한 아메리카노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 평소와 같은 하루하루.
당신은 그저 그런 규모의 회사에 속해 있는
아주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외계의 행성이 마침내 하늘의 절반을 덮었을 때
세상에는 종말론이 대두됩니다.
인터넷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뉴스에서 패널들이 입씨름하는 동안
당신은 회사에서 가져온 잔업을 처리합니다.
가끔은 생각해
이런 나도 누군가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8:46PM아나운서: “크리쳐 사태가 종식되었음에도 새롭게 나타난 인류를 향한 위협에 안전 지대의 대부분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8:46PM행인: “너무 무서워요.”
8:46PM시민: “외계인의 침공?”
8:46PM???: “지금이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갓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창문 밖 하늘을 바라본다.
8:48PM???: “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영웅은 곧 돌아옵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영웅이라도.. 저런건 어떻게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작게 중얼이며. 잔을 내려두곤 한숨을 폭 내쉰다.


아이를 보며 중얼거리다가 시간을 한 번, 버스가 오는지를 한 번, 보다가 벤치로 다가가본다.
"..저, 괜찮니?"


시선이 아이의 멍과 상처들에 닿으면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이런 아이를 때릴 곳이 어디있다고.. 쓴 마음을 삼킨채로 아이의 옆자리에 살짝 앉아본다.

(대답 없이 다른 곳을 응시하며 입만 뻐끔거린다.)


아이에게 시선을 주며 말하고는 일어나 시간표 아래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낟.
본다.

9:01PM관리 센터 직원: “네, 맞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9:01PM관리 센터 직원: “아,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고객님."
"다수의 버스 기사들이 파업을 선포하셔서 현재 해당 지역으로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9:02PM관리 센터 직원: " 다들 마지막 순간은 가족들과 있고 싶다고 그만두셔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불현듯 하늘을 바라본다. 반절 넘게 뒤덮힌 하늘에 작게 탄식하고는 낮게 침음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냥 가지 말까.

옆자리의 아이를 흘긋 바라본다.
"..갈 곳이 없는거니?"
9:06PM???: “여기 있었구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저희 소속입니다. 자, 가자.”

9:06PM사이비 종교인: “왜 이러는 거니? 이러면 착한 아이가 아니지. 또 교육을 받고 싶은 거야?”



아이의 손을 꾹 잡고 제 뒤로 숨겨준다.
당신은 아이를 도와주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용기 판정

용기
30156
83
실패
9:10PM사이비 종교인: "너 정말! 자, 저희 아이를 돌려주시죠."

제 뒤로 숨어드는 아이의 모습에 작게 흠칫 했다. ..이래도 되는걸까, 제 뒤로 숨어드는 모습은 적어도 저에게 도와달라하는듯한, 그런 모습이었기에. 작게 갈등한다.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드나요?

그렇다면,
용기 판정

용기
40208
70
실패
9:13PM사이비 종교인: "가자, 얌전히 굴어!"

아이의 눈을 보곤, 흠칫 하며 저도 모르게 급히 손을 뻗어본다.
용기 판정

용기
502510
21
어려운 성공
9:14PM사이비 종교인: “이게 무슨 짓이죠? 이건 납치예요. 저희 아이를 돌려주시죠.”
아이를 구하고 싶나요?
그렇다면
달아나요, 에우살!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이 꾹 들어간다. 그리곤 곧바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종말
엉망이 되어버린 하루
부서진 쳇바퀴
그리고 생애 첫 일탈.
용기가 10 상승합니다.


열심히 달리면서도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며, 안심하라는 듯이 머리를 꼬옥 덮어 안아준다.

품에 안은 아이를 돌아본다.





목소리가, 잠깐이지만 잘게 떨렸다. 영웅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잠시간 멈칫 했다가 하늘에 시선이 닿았다가, 다시 아이를 보았다.

(처음으로 또렷한 눈빛으로 말했다.)

"빠르게 달릴거야, 꽉 잡고있어야해, 알겠지?"
잡힐지, 아닐지는 몰랐다 .하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봐야겠지. 하며 몸에 힘을 꾹 주고는 조용히, 대로변쪽으로 몸을 틀어 빠르게 땅을 박찼다.

(네 옷을 꼭 쥔다.)
탕!


아프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여서, 되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판단한 일이었고. 그것이 틀렸다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를 말로 달래며 품 안으로 더욱 숨기듯 끌어안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더욱 쏟아지는 탄환
다시 선택의 시간입니다, 에우살.
포기를 하고 아이를 건네줄 수 있습니다.
하다 못해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아이를 품에 안고 끝까지 달린다. 아이가 말해준 건물, 그 곳까지 쉬지않고 달려나간다.
용기 판정

용기
703514
37
성공


간신히 입을 떼고는 눈 앞에 보이는 버튼을 가만 바라본다. 무슨 버튼일까, 알 수 없는데..

"울지 말렴, 오데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눈 앞의 버튼을 눌렀다.


"은빛 영웅, 에우살. ... 잘자."
프로그래밍된 일과
약간의 전류
그리고 당신.
어쩌면 수백억분의 일의 확률로 발생된 오차.
이 마음이 연산의 결과라면
세상은 거대한 기계장치일 거야.
에우살의 용기를 이어받습니다.
'용기'의 계승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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